7분의 1 확률의 메지루시 ~레슨 후 귀갓길 어느 날의 기억~ (3)

며칠 후⎯

 
아이조
수고하셨습니다! 
죄송해요. 생각보다 오늘 녹음이 길어져서... 
 
음향감독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는걸! 
 
아이조 
감사합니다! 
내일 단체 녹음도 잘 부탁드릴게요! 
 
스즈미 히요리 
수고했어~.
소메야 군은 녹음 끝나고 우치다 씨랑 먼저 돌아갔어.
전에 말한 개인 의뢰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나 봐. 
 
시바사키 아이조
아아, 그 녀석이라면 일찍 끝났을 거라 생각했어.
어라, 내 휴대폰이... 
 
스즈미 히요리
아! 그거 시바사키 군 거였구나!
분명 저쪽에서... 
 
시바사키 아이조
옷가지에 섞여 들어갔던 건가... 
 
휴대폰을 찾아 화면을 켜자 몇 통의 메시지가 와 있는 걸 보곤 수신자를 확인했다. 
메시지 간 몇 분 정도 긴 간격이 있는 연락을 보낸 사람은... 
 
사쿠지이 치세이
아이조 군! 녹음은 잘 되어가?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사쿠지이 치세이
길어지는 거 같네? 
라이브가 금방이니 점점 긴장되기도 하지?
힘내! 
 
사쿠지이 치세이 
여기서 걸어가려면 시간이 걸릴 거 같아서 오늘은 먼저 가볼게? 
오늘도 수고 많았어! 
 
시바사키 아이조
(이크... 이제 확인했네. ... 방금까지 기다린 건가.)
 
스즈미 히요리
앗, 밖에 비 오는 건가...?
소나기 소식이 있긴 했는데....
 
시바사키 아이조 
비...? 
 
스즈미의 말에 녹음실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자 생각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을 챙겨 온 아이조였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우산을 확인하려 우산꽂이를 들여다보자 익숙한 키링이 달린 우산이 눈에 들어왔다.
 
시바사키 아이조 
(이 녀석... 우산 두고 간 거였어?!)
..... 어이 스즈미, 나 먼저 간다. 
 

---

 
사쿠지이 치세이
완전 바보네... 
(아침에 일기예보를 확인한 거까진 좋았는데...
녹음실에 우산을 두고 오다니.....)
하아.... 
 
아이조에게 연락을 보내고선 짐을 챙겨 나온 치세이. 녹음실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먼 편에 속했기에 먼저 출발한 거였다. 
 
사쿠지이 치세이 
(아이조 군은 자전거가 있으니 먼저 나온 건데...
비가 와서 탈 수도 없겠네. 
괜찮으려나.... )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아이조와의 메시지창을 바라보다 다시 휴대폰을 넣었다.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는 비. 
 
사쿠지이 치세이 
걸어가는데 얼마나 남았으려나...
여기가.... 어라? 
 
비를 피해 급하게 들어온 천막 밑은 다름 아닌 메지루시를 뽑은 가챠 기계 앞이었다. 
 
사쿠지이 치세이 
우연이네~. 
전에 뽑았던 것도 아직 여기 있구나. 
(..... 분명 아이조 군, 귀여운 걸 좋아하는 거 같진 않지만,
싫은 건 아니었겠지....)
 
거센 빗소리가 주변 길거리 소음을 묻기 시작했다. 멍하니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생각에 빠져있는 치세이를 뒤에서 누군가 불러왔다. 
 
시바사키 아이조
.... 어이, 사쿠. 
 
사쿠지이 치세이
응...?
.... 아이조 군.....?! 
 
시바사키 아이조
아까 출발한 거 아니었냐고.
비 오는데 여기서 뭐 하는 건데? 
 
사쿠지이 치세이
우산... 녹음실에 깜빡하고 두고 왔어...
아침에 분명 챙겼는데.... 
 
시바사키 아이조
..... 
얼른 받아.
 
사쿠지이 치세이
앗, 내 우산.....?! 
챙겨 와 준거야?
 
아침에 가지런히 접어둔 우산이었다. 달아둔 키링이 흔들거리며 아이조의 손에 들려 이쪽으로 건네왔다. 전해받아 치세이는 끈을 툭하고 풀고는 우산을 폈다. 
 
사쿠지이 치세이
고마워... 
어쩔 수 없이 비 맞고 가야 하나 했는데.
 
시바사키 아이조
라이브도 며칠 안 남은 게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이래.
잘 챙겨 다니라고.
 
사쿠지이 치세이
으으...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시바사키 아이조
너...! 그렇게 부르지 마!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생각이 난 치세이가 아이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슬쩍 본 아이조의 우산에는 어디에도 키링은 보이지 않아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려 하자⎯ 
 
시바사키 아이조
뭘 그렇게 보는 건데?
찾는 거라면, 이거?
 
아이조가 우산을 빙글 돌리자 아이조에게 가려져있던 메지루시가 치세이의 눈 앞에 나타났다. 흔들흔들⎯  움직이더니 치세이의 메지루시와 툭하고 부딪혔다.
 
사쿠지이 치세이
차고 있었네...?
 
시바사키 아이조
달라고 했으니까. 
그러는 넌, 갖고 싶다던 거 뽑아줬더니 걔는 왜 안 달았는데?
 
사쿠지이 치세이
아깝잖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다시 뽑을 자신 없고...   
 
시바사키 아이조
진짜 애도 아니고.... 
… 잃어버리면 다음에 다시 뽑아줄 테니까.
다른 마음에 드는 게 또 생길 수도… 있는 거고.
 
사쿠지이 치세이
.... 응. 
잃어버리고 싶진 않지만, 혹시 그런 일이 있다면.
….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