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만남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5)

“너…., 뭐야?“

골목에서 벗어나려 하는 순간 제 앞을 가로막는 부름에 고개를 들었더니, 시바사키 아이조, 흔히들 아이조라 부르는 아이돌 스마일이 멋있다고 자자한 그가 너한테 그딴 표정 지어줄 이유 따위 없어!라고 하는 듯이 여전히 구긴 인상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쿠지이 치세이
“아이조… 군?”
아차, 학교에서는 다들 이렇게 부르길래 자연스럽게 이름으로 불러버렸다.

시바사키 아이조
“너 뭐냐고 묻잖아.“

사쿠지이 치세이
”그게 무슨 말인데?“

시바사키 아이조
“스토커냐? 그래서 따라다니는 거냐?“

응….? 스토커? 내가 왜……..?

시바사키 아이조
“옆 기획사라도 다니냐? 여기까지 따라와서 뭐 좀 캐내보시게? 대단하네.”

사쿠지이 치세이
“아니, 아니 잠깐만….!! 스토커? 기획사…? 그런 거 아냐!“

시바사키 아이조
”그럼 너 뭐냐니까? 왜 여기 있냐고! 집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왜 자꾸 따라다니는데?“

내가 묻고 싶었다. 이 옆집 사람은 이 늦은 시간에, 대체 왜 여기 있는 건데? 왜 다짜고짜 이러는 건데…?! 집은… 그냥 태어날 때부터 거기서 태어난 거고…. 학교는 누나(언니)가 다녔던 곳을 따라 입학시험을 치른 것뿐이었다. 여기는… 마침 다니던 알바처, 노랫소리에 이끌려 오게 된 거였다…라고 말해도 전혀 믿어줄 것 같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그렇지만 여기서 아무 말도 안 하면 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사쿠지이 치세이
“집도 학교도 우연이야! 난 그 집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오다가다 본 적도 있을 거 아냐! 반은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잖아….?!“

시바사키 아이조
”윽, …그럼 여기 있는 건 뭔데?!“

사쿠지이 치세이
“그, 그건…!”

나는 그 노랫소리에 오게 된 거지만 악기점 2층의 그 사람에겐 멋대로 엿들은 건다.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렸으나, 재촉해 오는 목소리에 평소보다 큰 목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사쿠지이 치세이
“노, 노랫소리가 좋단 말이야…!!”
우와, 긴장해 버려서 물음과 문법에 하나도 맞지 않는 대답이 나와버렸다……! 2층 사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는걸…

시바사키 아이조
“……뭐?”

사쿠지이 치세이
”여기… 2층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좋아서 여기 있었어. 난 여기 앞에서 아르바이트 다니다 알게 된 거고…“

시바사키 아이조
”……….“

사쿠지이 치세이
”… 아무튼, 난 스토커 같은 게 아냐. LIPxLIP에 대해선 조금 알고 있어… 두 사람의 노래 정말 좋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스토킹, 그런 수상한 짓은 하지 않아…!“

열심히 스스로를 변호하려 애썼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재촉하던 말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고 힐끔 마주한 옆집 사람, 시바사키 아이조는 구깃거리던 인상이 조금 풀렸나 싶었지만 오히려 황당함이 묻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적막.

사쿠지이 치세이
”………. 저기, 오해는 좀…“

시바사키 아이조
”됐어. …스토커도 옆 기획사도 아니라는 거지?“

사쿠지이 치세이
”응!“

시바사키 아이조
”지금 가려던… 거냐?“

사쿠지이 치세이
”응. 시간도 늦었고, 내일은 학교도 가야 하니까. 그러고 보니… 시바사키 군? 아이조 군…? 은 왜 여기 있는 건데?“
스토킹 얘기까지 나온 걸 보면, 여기 부근에 자주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시바사키 아이조
”… 알 거 없잖아?”

사쿠지이 치세이
“엑…?”
말투 너무해…! 나한테는 다 물어봤으면서!

뻘쭘한 건 이쪽이었지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문지르는 건 오히려 내 앞에 있는 저쪽이었다. 먼저 간다며 아주 잠깐 눈이 마주치는가 했더니 인사는커녕 옆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였다. 2층 노랫소리는 ‘이 세계를 즐기는 방법’ 이 곡을 마지막으로 들려오지 않았고 말다툼을 하던 옆집 사람마저 가버려 텅 비어버린 듯한 거리에 혼자 남게 되었다. ‘진짜… 뭐야, 이 상황.’ 벙 찐 채 그곳에 서 있다,

띠링-.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주머니를 뒤적였다.

｢너 어디야?｣
누나(언니)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시간을 확인하자 가게 문을 닫은 지 한 시간은 훌쩍 넘어있었고, 평소보다 오래 듣고 있기도 하였지만 예상치 못한 만남에 시간은 훨씬 지체되어 있었다.

’집이나 가자……‘
집에서는 전철을 타고 다니는지라 거리는 꽤 있는 편. 어째서 옆집 사람이 여기에 있던 건지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만 얻고선 그렇게 자리를 뜨는 치세이였다.